라임트리 새집 수십년 지속가능한 원목싱크대, 원목가구를 연구하고 수제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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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트리 새집 수십년 지속가능한 원목싱크대, 원목가구를 연구하고  수제작 합니다 🐳 주방 로망의 경험은 즐거워요.
🐳 10년간 520곳 주방 인테리어를 함께했어요.
🐳 작품을 보고 행복한 고객의 모습들이 기억나요.
🐳 키친 크리에이터 인비의 탐나는부엌. 신축주택 가구를 고민중이신가요. 라임트리와 함께라면 꿈에 그리던 가구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06/08/2026

인출식 선반은 그 어둠을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손잡이를 당기면 안쪽이 스스로 걸어 나오고, 굽히지 않은 채로 내려다볼 수 있다.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보이는 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보인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고, 안다는 것은 다시 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살림이 몸을 이기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나이 든 부엌이 갖춰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오래 요리해온 사람일수록 좋은 부엌을 가질 자격이 있다. 부엌이 나에게 맞서는 대신 나를 향해 일하는 것, 안쪽이 사라지지 않고 매일 내 앞으로 나오는 것.

무릎이 기억하던 자세를 이제 손끝이 대신한다. 그 정도의 다정함은 받아도 된다.

탐나는부엌은 12년 동안 640여 곳의 부엌을 다시 지었습니다.

그 부엌마다 주인의 키가 달랐고, 자주 쓰는 손이 달랐고, 무릎이 기억하는 자세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도면보다 먼저 그 집의 동선을 봅니다. 어느 칸을 매일 열고, 어느 칸을 일 년에 두 번 여는지.

지금 쓰시는 부엌에서 가장 자주 굽히는 자리가 어디인지,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03/08/2026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설계가 있습니다.
싱크볼의 깊이, 바닥의 곡률, 배수구의 위치.
이 세 가지가 맞으면 물은 튀지 않고 가라앉습니다.
소리가 낮아집니다.
좋은 부엌은 조용한 것이 아니라,
소리가 정돈되어 있는 곳입니다.
볼륨을 켜고 들어보세요.

십 년 쓴 냉장고를 보내던 날, 그녀는 빈 부엌에 서 있었다. 문을 열어 보았다. 문은 언제나처럼 옆 벽에 닿아 거기서 멈췄다. 안이 비어 있는데도 손은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갔다. 십 년 동안 그 자리에 무언가가 있...
31/07/2026

십 년 쓴 냉장고를 보내던 날, 그녀는 빈 부엌에 서 있었다. 문을 열어 보았다. 문은 언제나처럼 옆 벽에 닿아 거기서 멈췄다. 안이 비어 있는데도 손은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갔다. 십 년 동안 그 자리에 무언가가 있었다.

새벽에 도착한 상자를 뜯어 그대로 밀어 넣던 아침들이 있었다. 문이 벽에 닿아 멈추면 몸을 옆으로 비틀어 팔만 집어넣었다. 십 년 동안 매일 같은 자세였다.

문에 남은 마지막 한 장을 떼어 냈다. 이사 오던 날 자기 글씨로 적어 둔 종이였다. 여기서는 나도 좀 챙기면서 살자. 그때 그녀는 서른아홉이었다. 그 문장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자기가 바빴기 때문이라고 오래 생각해 왔다.

냉장고가 나가고 벽이 드러났다. 네모난 자국 옆에 반달 모양으로 벗겨진 자리가 있었다. 문 모서리가 십 년 동안 같은 자리를 때린 흔적이었다. 거기서 문이 멈췄던 것이다. 그래서 몸을 비틀었고, 그래서 맨 위 칸을 쓰지 않았고, 그래서 쭈그려 앉았고, 그래서 커피를 서서 마셨던 것이다. 바빠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실측을 하러 온 날, 실장님은 벽을 재고 나서 그녀에게 서 보라고 했다. 팔을 위로 뻗어 보세요. 주로 어느 손 쓰세요. 하루에 제일 자주 꺼내는 건 뭐예요.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그가 잰 것은 벽이 아니라 그녀였다.

며칠 뒤 받은 도면에는 냉장고 문이 열리는 궤적이 얇은 곡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어느 쪽으로 열리게 할지 정해 달라고 했다. 십 년 전에는 아무도 그것을 묻지 않았다.

새 냉장고가 들어온 것은 팔월이었다. 문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열렸다. 십 년 동안 맨 아래에 붙어 있던 종이를 이번에는 맨 위에 붙였다. 발끝을 들지 않아도 손이 닿았다. 냄비가 든 서랍은 허리 높이에 있었고, 그날 하루 종일 그녀는 한 번도 쭈그려 앉지 않았다.

커피를 내려 창가 자리에 앉았다. 오후 네 시였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앉아서 마셨다. 마흔아홉이었다. 아직 일을 하고, 아직 바쁘고, 아직 많은 것이 남아 있었다.

잔을 비우고 그녀는 휴대폰을 들었다. 우리 집에 한번 와. 십 년 동안 그 말을 먼저 해 본 적이 없었다.

30/07/2026

부엌을 설계할 때 나는 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균형을 고민한다. 아무리 좋은 기능도 눈에 거슬리면 공간의 완성도를 깨뜨리고, 반대로 아무리 예뻐도 쓸모가 없으면 그저 장식일 뿐이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들여다보며, 바로 이 지점에서 묘한 반가움을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싱크대 하부, 그 좁은 걸레받이 공간에 통째로 들어가는 직배수 모델이었다. 폭 60cm, 높이 15cm라는 수치를 듣는 순간, 이건 단순한 소형화가 아니라 한국 주방의 구조를 정확히 읽어낸 설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싱크대 걸레받이 공간이 이 규격 안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별도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도 기존 주방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앉는 셈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도킹 후 도어가 닫히며 기기 자체가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부엌을 설계할 때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정돈된 여백'이다. 기술은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을 때, 공간은 비로소 편안해진다. 로봇청소기가 걸레받이 뒤로 숨는다는 것은, 결국 기능이 인테리어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뜻이 아닐까.

배수관과 먼지봉투, 충전까지 하나의 좁은 공간에 압축해 넣는 기술적 완성도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건 이 제품이 실험이 아니라 이미 국내 소비자의 집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다만 밀폐된 공간 안에서 습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여전히 지켜볼 대목이다. 보이지 않는 곳일수록 관리는 더 섬세해야 한다. 그것은 로봇청소기만이 아니라, 부엌을 짓는 모든 이가 마주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27/07/2026

하루 세 번, 일 년이면 이만 걸음이 넘습니다. 그 걸음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다만 저녁 여덟 시쯤, 허리와 무릎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위 사진의 두 주방은 크기가 같습니다. 놓인 가구도 거의 같습니다. 다른 것은 순서 하나뿐입니다.

첫 번째 주방은 비어 있는 자리가 넓습니다. 넓어서 시원해 보이지만, 그 여백이 전부 걸음으로 바뀝니다. 냉장고는 왼쪽 끝, 식품 보관장은 오른쪽 끝, 싱크는 방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습니다. 재료를 꺼내고 씻고 다듬고 끓이는 동안 몸은 계속 대각선을 그립니다. 요리가 아니라 왕복입니다. 화살표를 따라가 보시면 아실 겁니다. 붉은 선은 한 번도 같은 방향으로 두 번 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주방은 그 순서를 한 줄로 폈습니다. 식품 보관 - 싱크 - 조리 준비 - 쿡탑 - 서빙. 손이 움직이는 차례대로 가구를 놓았을 뿐인데 대각선이 사라지고 직선만 남습니다. 재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사람은 제자리에서 몸만 돌립니다. 도마에서 썬 재료를 반 발짝 옆 냄비에 넣습니다. 다 끓인 국은 오른쪽 끝 서빙 공간에서 그대로 상으로 나갑니다.

아일랜드에 싱크를 넣는 일은 지금도 자주 요청받습니다. 마주 보며 설거지하는 그림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다만 그 싱크가 벽면 조리대와 등을 돌리고 있다면, 물 쓰는 일마다 몸이 한 바퀴씩 돕니다. 아일랜드는 비워 두고 준비대로 쓸 때 가장 넓어집니다.

주방을 넓히려면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동선을 줄이려면 순서만 바꾸면 됩니다.

십이 년 동안 육백사십여 곳의 주방을 만들며 배운 것이 있다면, 좋은 주방은 크기로 기억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십 년쯤 지나 몸이 먼저 알아봅니다. 여기서는 덜 지쳤구나, 하고.

26/07/2026

**문을 열면, 없던 방이 하나 생깁니다**

주방에서 가장 오래 비어 있는 자리는 코너입니다. 상판이 직각으로 꺾이는 그 안쪽, 팔을 끝까지 뻗어야 겨우 닿는 자리. 결국 일 년에 한 번 쓰는 찜기나 명절 그릇이 들어가 몇 해를 잠듭니다. 회전 선반을 달고 매직코너를 넣어봐도, 돌아 나오는 건 늘 절반뿐이었습니다.

슬라이딩 코너는 전제를 바꿉니다. 안쪽 물건을 꺼내오는 대신, 사람이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벽을 통째로 열어버리는 방식입니다. 문짝이 앞으로 나왔다가 옆으로 접혀 들어가면, 닫혀 있을 때는 그저 매끈한 나뭇결 한 면이던 자리에 어깨 너비의 통로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안에, 유리병들이 뚜껑을 나란히 맞춘 채 서 있습니다.

이 구조의 진짜 이점은 수납량이 아니라 **시야**입니다. 코너 팬트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자리가 좁아서가 아니라,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재료는 다시 사게 되고, 두 번 산 것은 결국 버리게 됩니다. 문을 열었을 때 세 단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면, 저녁 메뉴를 정하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주방이 편해졌다는 감각은 대개 이런 데서 옵니다.

설계할 때 챙기는 것들이 있습니다. 깊은 안쪽 단은 큰 통과 예비 식재료, 앞쪽 단은 매일 쓰는 것. 선반 간격은 병 높이에 맞춰 재단하고, 상단에는 반드시 조명을 넣습니다. 코너는 구조상 빛이 가장 늦게 닿는 자리라, 조명 하나로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문이 열리는 반경도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맞은편 아일랜드와의 거리가 90cm 아래면 매일 몸을 비켜야 하니까요.

다만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방식은 하드웨어와 시공 정밀도에 크게 기댑니다. 무거운 문짝이 매일 수십 번 접히고 펴지는 구조이니, 경첩과 레일의 등급, 그리고 밀리미터 단위의 수직 수평이 십 년 뒤의 사용감을 결정합니다. 예쁘게 만드는 일보다

시공을 마친 고객분께 받은 메시지입니다.“요즘도 주방에 앉아 와인 한잔 커피 한잔 하면서 우리가 참 주방은 잘했어, 라고 말하곤 합니다. 아직 좀 더 정리해야 하지만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우리가’는 함께 ...
22/07/2026

시공을 마친 고객분께 받은 메시지입니다.

“요즘도 주방에 앉아 와인 한잔 커피 한잔 하면서 우리가 참 주방은 잘했어, 라고 말하곤 합니다. 아직 좀 더 정리해야 하지만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는 함께 결정했다는 말입니다. 부부가 마주 앉아 도면을 보고, 몇 번을 고쳐가며 골라낸 시간이 그 안에 있습니다.

하루 종일 결정하는 사람의 주방

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셨습니다. 하루가 결정으로 채워지는 분이지요.

그런 분께 필요한 주방은 화려한 주방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유리도어를 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열어보지 않아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보입니다.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찾는 시간’을 없애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부장은 전부 서랍으로 구성했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안쪽을 더듬는 대신, 당기면 전부 보이도록.

앉을 자리가 있는 주방

메시지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방에 앉아”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서서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50대 이후의 주방은 노동의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바뀝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 부부 둘이 마주 앉는 자리. 저는 그 변화를 설계에 반영합니다. 식탁의 길이, 의자가 들어갈 여유, 조명의 높이까지.

“아직 좀 더 정리해야 하지만”

이 말씀도 좋았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고백이 아니라, 이 공간을 계속 가꿔가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주방은 완성되는 게 아니라 길들여집니다. 제가 만든 건 뼈대일 뿐이고, 그 안을 채우는 건 사는 사람입니다.

길음동의 이 주방은 2022년에 만들었습니다. 4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참 주방은 잘했어.”

이 한 문장을 위해 저는 오늘도 도면을 그립니다.

탐나는부엌 INVI · 12년 · 640여 개의 주방

22/07/2026

“인비님 덕분에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3년 전 시공했던 주방에 AS를 갔을 때, 고객분이 해주신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AS 요청은 대개 하나입니다. 경첩 하나, 레일 하나. 그런데 저는 그 하나를 고치고 나면 습관처럼 다른 곳을 살핍니다. 도어를 열어보고, 서랍을 하나씩 당겨봅니다.

그러다 보면 서랍 안이 보입니다. 수저가 놓인 자리, 냄비 뚜껑이 세워진 각도, 밀폐용기가 크기순으로 정렬된 모습. 제가 설계할 때 상상했던 그림과 다를 때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고객분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셨더군요.

저는 주방을 만들었지만, 그 안의 세월은 고객분이 만드셨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된 주방을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제 주방도 아닌데 말이지요.

세상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려고 상부장을 여는 순간. 늦은 밤 혼자 서랍을 열어 차를 꺼내는 순간.

그 순간이 하루에 수십 번, 일 년에 수천 번 반복됩니다. 주방이란 결국 그 반복의 총합입니다. 그래서 저는 손잡이 높이를 고민하고 서랍 깊이를 계산합니다. 한 번의 감탄보다 만 번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의 질문을 품고 일합니다. 내가 만든 것이 정말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12년간 640개가 넘는 주방을 만들었지만 이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끔, 3년 만에 찾아간 주방에서 그 대답을 듣습니다.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여덟 글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쓸모 있다는 증명이 됩니다.

세상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생활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만든 하나의 주방이 누군가에게 만족을 선사하는 일은, 희미한 밤하늘에 작은 별 하나가 빛을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크지 않습니다. 요란하지도 않습니다. 다�

스텐 상판의 물자국과 손자국은 표면 코팅으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싱크볼에 물자국이 남지 않게 하는 코팅을 상판에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물방울과 기름기가 흔적을 덜 남겨, 매일 닦지 않아도 매트한 질감이 오래 ...
19/07/2026

스텐 상판의 물자국과 손자국은 표면 코팅으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싱크볼에 물자국이 남지 않게 하는 코팅을 상판에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물방울과 기름기가 흔적을 덜 남겨, 매일 닦지 않아도 매트한 질감이 오래 유지됩니다.

이 답을 찾기까지 며칠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번쩍 떠올랐어요. 맞아, 코팅이 있었지.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건 상판이 아니라, 꿈이었습니다

오크에 브라운을 입힌 우드 주방에 그레이 톤의 무광 스텐 상판. 이 조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에게 주방 리모델링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오리지널입니다. 주방이 아니라 공간에, 하나의 작품을 놓아 드리는 일이지요.

17/07/2026

서랍은 당기면 내용물이 위에서 내려다보인다. 더듬지 않아도 된다. 손을 안쪽으로 뻗을 필요가 없으니 몸이 기울어지지 않는다. 사다리 위에서 해야 할 동작이 ‘뻗어서 찾기’에서 ‘당겨서 보기’로 바뀐다. 같은 높이, 같은 사다리인데 몸이 하는 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조건이 있다. 눈높이 위의 서랍은 무게가 몸 쪽으로 쏠린다. 무거운 것은 넣지 않는다. 계절이 지난 그릇, 손님용 접시, 일 년에 두어 번 꺼내는 물건들. 레일은 중량 등급을 확인하고, 닫힐 때 손을 다치지 않게 소프트클로징으로 한다. 자주 쓰는 것은 애초에 그 높이에 두지 않는다. 높이는 물건을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자주 쓰는 것은 아래로, 가끔 쓰는 것은 위로.

높은 천장은 로망이다. 그런데 로망은 살아보기 전의 이야기다. 살기 시작하면 로망은 매일의 동작으로 번역된다. 손을 뻗는 각도, 몸이 기울어지는 정도, 무언가를 꺼내려다 잠시 멈칫하는 순간. 좋은 주방은 그 번역을 대신해주는 주방이다. 천장을 낮출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높이를 어떻게 다룰지는 정할 수 있다.

닿지 않는 높이를 없앨 수는 없다. 다만 그 높이에 손을 뻗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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