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9/2020
헤라클레이토스의불
- 한 자연과학자의 자전적 현대과학문명 비판.
저자 에르빈샤르가프는1949년샤르가프의 법칙을 발표해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는데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의 세계적 권위자였다. 그러나 그는 현대과학의 거대화와 상업화로 인류 미래의 위기를 절감하며 이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가한다. 그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으며 풍부한 인문교양을 바탕으로 현대과학의 폭력성과 위기를 비판한다. 이 책은 과학 이론서가 아니다. 과학계의 아웃사이더였던 저자가 태어나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써 내려간 치열한 자기성찰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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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고 사람들이 이따금씩 진실을 얘기하던 시절에, 나는 종종 부적응자로 불렸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슬프게도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왜냐하면, 단지 몇몇 영광스러운 예외는 있었지만, 내가 살아가야만 하는 국가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16쪽
인간의 삶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개입한다. 우리는 문장구조를 연구하기보다는 한 편의 서정시가 창조되는 과정을 따라갈 때 언어의 심오함을 아는데 더 좋을 것이다∙41쪽
그런데 내 가 살아오는 동안 과학이 너무나 빨리 변해 현재의 업적은 그 발표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역사적인 유물이 되고, 가장 젊은 과학자들조차도 그들끼리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하는 광대가 되고, 오래 전부터 음정이 맞지 않는 북을 두들기며 측은하게 돌아다닌다. 내가 자주 현대의 과학을 비누조각품에 비유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127쪽
나는 분석을 좋아하기보다는 상상을 좋아했다. 그리고 독단적이기보다는 묵시록적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대중적인 것을 경멸하도록 교육받았다. 과학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불편했다. 나는 과학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모든 접촉을 피했다. 나보다 훌륭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과 있을 때보다 나보다 젊은 사람들과 있을 때 항상 더 행복했다. 나는 불가해한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두려워했다. ∙163쪽
나는 DNA의 이중 가닥 모델은 우리 대화의 결실로서 생겨났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판단은 후세에 맡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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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과 크릭이 1953년에 처음으로 이중나선에 관한 글을 발표했을 때, 그들은 내 도움을 말하지 않았고, 그들의 글이 출간되기 바로 전인 1952년에 나온 우리의 짧은 글을 인용했을 뿐이다.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1950년이나 1951년에 발표된 나의 글은 언급조차 없었다.나중에 분자의 마술이 휘몰아치기 시작 했을 때, 나는 어느 정도 선의를 지닌 사람들로부터 왜 그 유명한 모델을 발견하지 못했느냐고 종종 질문을 받았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고, 또한 만일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내가 협력할 수 있었다면, 1년이나 2년 내로 그와 비슷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을 거라고 대답했다 ∙ 174-175쪽
인간은 신비 없이는 살 수 없다. 위대한 생물학자들은 바로 어둠의 빛 속에서 작업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풍요로운 어둠을 박탈당한 상태다. 내가 어린 시절 바라보던 청명한 밤하늘에 떠있는 달은 사실상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안개 빛으로 수풀과 계곡을 가득 채우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다음에 와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위대한 과학적 기술적 업적이, 인간과 현실의 접촉점을 불가역적으로 상실하게 했다고 말한다면, 나는 오해를 받을까?∙186쪽
“과학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조명을 받은 어둠은 빛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동굴 안에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손전등으로 비춰보시죠, 그러면 자신이 단지 헛간 같은 곳에 있다는 걸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자신이 무엇을 발견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 해도, 저는 그것을 발견하고 싶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은 삶의 소금입니다.”∙186쪽
인간적인 얼굴을 한 과학이 의미하는 바는 작은 과학, 그러니까 한 개인이 옹호하거나 지지할 수 있고 여전히 인간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과학이다. 또한 단순히 과학적인 양심이 아니라 인간적인 양심이 지배하는 과학이다.∙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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